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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견례할 때 밥값은 어느쪽에서 내는 거냐?"
"엄마는 그것도 몰라? 그거야... 그거야..글쎄?"

엄마와 난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다.

두 머리가 고민을 해봤자지...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대부분 남자쪽에서 내는거라한다.

엄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일주일후엔 그의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의 상견례가 있다.

엄마는 며칠전부터 피부맛사자와 헤어맛사지를 받으러 다닌다.

꼭 엄마가 재혼을 하는 것 같다.

떨린다.

혹시 엄마가 욕이라도 한다면..

설마... 아암.... 엄마도 사람인데.... 그렇지만 이 불안감은...쩌~업...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중국집을 예약했다고 한다.

"엄마 중국집에서 점심 먹은대.."

"얘는 하고많은 밥집중에 왜 중국집이냐? 짜장면은 물리도록 먹었는데.."

"당신도 참 무식하긴... 중국집이 짜장면만 파나... 상견례니까 코스요리는 먹겠
지.."

"뭐? 무식? 당신이 언제 코스요리 한번 사줘봤어? 엉?"

엄마는 무식하다는 말을 제일 싫어한다.

아빠는 오늘 잘못 걸린거다.

우리는 슬슬 자리를 피했다.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이대로 가면 김치냉장고까지 부슬 것 같다.

"언니! 나도 따라갈래.."

"어딜 따라가? 집에서 짜장면이나 시켜먹어.."

"췌..."

"으흐흐흑..... 내가 열여덟에 당신한테 찍혀서 이날 이태껏 고생만... 으흐
흑..."

"언니 이거 무슨 소리야?"

엄마의 눈이 푸르스름하게 변해가고 있다.

"아빠..."

끝장이다.

퍼런눈탱이를 하고 상견례를 가야하다니..

[ "안녕하세요? 사부인"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눈이..."

"네 성애 아버지한테 눈탱이를 맞아서요..홍홍홍."

"어휴.. 사부인 농담도.."

"농담아니에요.. 우리 이러고 살아요.." ]

으흐흐... 생각만 해도 몸이 떨린다.

얼른 계란으로 엄마의 눈을 문질렀다.

멍이 점점 퍼진다.

줴길....

아침에 일어나보니 눈이 더 부어있다.

"얘! 이걸 어쩐다니.. 미룰수도 없고..."

"아빠 어떡해? 나 몰라.."

아빠는 아무 말씀 없다.

창밖을 보고 담배만 피워댈 뿐..

줴길.. 꼭 강간하고 담배피는 놈이랑 꼬라지가 똑같네...

"할수 없지... 썬글라스 쓰고 가야지..."

"얘는 어떻게 썬글라스를 쓰니? 상견례자리에..."

"눈병 났다고 해야지 별수 있어?"

으흐흐흑...... 아부지!!!!!!!

그의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사부인..."

"네...안녕하세요..."

어머니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그가 나를 쳐다보며 의문에 찬 눈빛을 보낸다.

고개를 푹 숙였다.

아씨.. 쩍.팔.려..

"죄송합니다.. 눈병이 나서 할수 없이.. 초면에 결례가 많습니다.."

"아! 네... 아닙니다. 앉으시죠.."

아마도 상견례에 썬글라스 쓴 엄마는 울 엄마밖에 없을꺼다.

으흐흐흑... 아부지!!!!!! 왜 눈탱입니까? 하고 많은 맷집 놔두고....

계속 해서 올라오는 코스요리에 엄마의 젓가락은 멈출줄을 모른다.

소곤소곤...'엄마 그만좀 먹어.. 챙피하잖아..'

소곤소곤...'얘는 내가 언제 이런걸 먹겠니'

예비 씨엄마가 결혼을 일찍 했으면 좋겠다 한다.

아씨.. 챙피하게... 부끄럽다.

엄마는 먹느라 정신이 없다.

엄마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저희야 일찍 데려가시면 감사하죠... 홍홍홍.."

이런 엄마가 부끄러블 따름이다.

썬글라스쓰고 연신 먹고 있는 울 엄마.... 언제 철들라우? 엉?

결혼 후 분가시킬 계획이며 새아기가 사회생활을 한다면 아이들은 당신들이 키워
주겠다 한
다.

엄마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딸내미 시집보내는게 그렇게도 좋은가?

올가을쯤 어떻겠냐 묻는다.

엄마는 연신 좋다며 히죽거린다.

도대체 줏대가 없어.. 줏대가..

"올 가을은 너무 이른 것 아닙니까? 날짜도 촉박하고 얘들도 교제할 시간을 좀
더 가졌으면
하는게 제 생각인데... 더군다나 큰딸이라 좀 많이 섭섭할 것 같아 조금만 더 데
리고 있었
으면 하는데요"

갑작스런 아빠의 말에..

엄마는 목이 막혔나 보다.

"켁.켁..켁...."

물을 벌컥 벌컥 마신다.

아씨... 다 되단밥에 코빠트리기는... 일찍 가고 싶은데...

"말씀들어보니 저희가 생각이 좀 짧았네요... 아무래도 여자쪽은 준비할것도 많
고 두분도
딸 시집보내려니 섭섭한 마음도 많이 드실테고... 우리 생각만 했네요.,.."

하나도 안 섭섭할텐데.... 줴길...

결혼은 봄쯤에 하자고 한다.

그동안 양가에 자주 드나들며 아들노릇 딸노릇 많이 하라한다.

결과가 좀 아쉽긴 하지만... 봄이면 장롱한짝은 내힘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조
금은 위안
이 된다.

그가 내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엄마는 돌아오며 연신 코를 씩씩 불어댔다.

"일찍 시집보내버리면 집안일도 반으로 줄고 맘고생 안해도 되는데 당신은 왜 그
러는거에
요? 엉? 내 참 속상해서.. 그리고 쟤 나이가 젊기나 하면... 벌써 서른인데...
어휴.."

아빠는 아무말이 없다.

아무래도 나를 시집보내려니 많이 서운한가보다.

아님... 나 시집보낼 돈이 아까워서? 쩌~업...

잠이 안온다.

막상 결혼얘기가 진지하게 나오니 심란할 뿐이다.

커~억.... 푸~우...

동생이 코를 곤다.

어디 맛좀 봐라..

발가락을 입에 쳐 넣었다.

동생이 침을 쥘...쥘... 흘리며 그냥 잔다.

"무딘년..."

꼭 애로물같다. 허겨걱...

'이뇬하고도 볼날이 1년도 안남았는데...좀 섭섭하군..'

동생을 한번 껴안았다.

동생이 입을 헤죽 벌린다.

아씨.. 똥구린내...

시집가기전에 이뇬의 장을 말끔히 청소해주고 가리라....

서랍을 열어 통장을 봤다.

2,000,000

볼펜으로 조용히 '0'을 하나 더 그렸다. 킬킬킬^^

2,000,0000

아! 돈뭉치로 날벼락 한번 맞아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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