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곧 그가 올것이다.

띠리리 띠띠..띠띠띠..(아직도 애국감미다..)

그가 급한일이 생겨 데릴러 오지 못하겠다 한다.

줴길... 모냐?

뽕실뽕실한 머리가 한없이 처량해보인다.

오늘 화장의 주제는 내추럴이다.

기초를 튼튼하게...

스킨,로션,에센스.....는 기본 스끼다시다..

영앙크림 듬뿍... 아이크림 만땅....은 선택사항이다.

메이크업베이스...는 필수다.

파우더....도 필수다.

반토막 눈썹... 꼭 그려야한다는 엄마의 지시를 받고 땀 삐질삐질 흘리며 그리
고 있다.

아이라이너.... 당빠... 필수다...

올겨울엔 꼭 쌍꺼플 수술을 해야겠다.

마스카라...두말하면 잔소리다..

속눈썹은 붙이지 않기로했다.

오늘의 주제가 내추럴이니까..

립스틱... 안그렸다.

동생이 들어온다.

"어디 초상집에 가?"

줴길...

"왜?"

너무 창백하다 한다.

립라이너를 그렸다.

립스틱을 바르려던 순간... 동생이 짓껄였다.. 분명 짓껄였다..

"꼭 안문숙 화장 벗겨놓은 것 겉애.."

에이썅... 침대밑에 AB슬라이드를 찾았다.

동생이 여유만만하게 웃는다.

AB슬라이드가 안보인다.

아씨.. 동생의 머리끄댕이 잡아당겼다. (끄뎅인가요? 끄댕인가요? 아씨 헷갈
려...)

동생이 꼬구라진다.

좇도 안되는게...

동생의 코에서 뜨거운 두줄기 핏궁물이 흐른다.

아씨.. 모냐? 이게 아닌데..

동생이 운다.

피를 보더니 흥분한다.

후까시 넣은 나의 머리채를 잡는다.

끝장이다.

애써 후까시를 살려보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동생을 패대기쳤다.

일어나지 못한다. 그래... 잠시 기절해 있거라.

미용실에 후다닥 달려갔다.

멍하니 쳐다만 본다.

"얼른 해주세요... 얼른요..."

다시 봉실봉실한 나의 머리가 유혹한다.

오우..하..하...베이비..오~예... ◀이런 자신이 부끄러블 따름이다.^^;;;;;;;;

동생이 아직도 기절해있다.

아무래도 저녁까지는 혼수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

힘을 조금만 쓸걸... 때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후다닥 세탁소 최씨에게 빌린 옷을 입었다.

완전 맞춤복이다.

띵동..오복간장..아씨 이게아닌데..

"어머님 저에요..."

어서 오라며 날 반긴다.

사랑하는 나의 딸링이 없다.

급한일이 있어 한시간후에나 온다한다.

사랑하는 그대여..그리운 그대여...으흑흑흑...

만두를 빚고 있던 참이라한다.

뭐 도와드릴꺼 없냐며 어머니를 따라갔다.

만두에 넣을 파를 준비해달라한다.

'파'라면 자신있다.

파를 송송 썰었다.

어머니가 파를 달라한다.

송송 썰은 파를 드렸다.

어머니가 나를 쳐다본다.

아무래도 양이 적은가보다.

"어머니 잠깐만요.."

파를 더 많이 썰었다.. 듬성듬성..푹푹..

"어머니 여기요.." 수둡..

어머니가 날 쳐다본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엄마가 파는 송송 써는거라 했는데.....

정말로 요리 할줄 아느냐 묻는다.

"조금이요...."

정말이냐 묻는다.

얼굴이 빨개진다.

어머니가 웃는다.

만두에 넣을 파는 다져야한다고 한다.

아씨... 뭐가 이리 복잡하냐? 뱃속에 들어가면 똥으로 나오는건 매 한가진데...
줴길..

아씨.. 양껏 부끄럽다.

사랑하는 마이 달링이 왔다.

그가 요리하냐며 묻는다.

"네...."

실력발휘를 해보라한다.

어머니가 콧방귀를 낀다.

개코나... 실.력.발.휘?

만두를 빚으라한다.

송편처럼 빚었다.

어머니가 혀를 끌끌차며 쳐다본다.

어머니가 빚은 만두는 마치 김용만같다.

어쩜 만두도 저리 예술적으로 빚는지... 토실토실한 것이.. 앙.. 깨물어주고
파..

어머니가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르켜주신다한다.

정성을 들여 빚으라한다.

줴길... 별놈의 노하우도 다 보겠다.

열심히 송편모양으로 빚었다.

모양이 예술이다. 아씨.. 쩍.팔.려..

그가 나의 요리솜씨를 의심하는 눈치다.

완존 개쪽이다.

어머니가 당신이 마무리할테니 나가서 쉬라한다.

기다렸다는 듯 주방을 빠져 나왔다.

그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진실을 밝힐때가 온 것 같다.

"사실은 만두는 한번도 안해봤어요.."

아씨.. 이놈의 주둥이가 방정이다. 진실을 밝혀야 하는데..

"아.. 그래요? 다음엔 꼭 실력발휘해야해요!!!!"

알았다했다.

다음엔 어머니가 요리주제를 말씀해주셔야할텐데...

그가 앨범을 보여준다.

꼬추가 늠름하게 생겼다.

아씨.. 수줍다.

그가 수줍은냥 얼른 넘긴다.

아씨.. 더보고 싶었는데...젠장..

어릴때부터 듬직하니 꼭 장군감이다. 얼굴크기만...

집에가서 타락했던 지난 과거를 다 없애야겠다. 그가 오기전에...

어머니가 점심을 먹으라한다.

만두국이라한다.

만두국이 비리비리하니 이상하다.

송편에 물부어놓은 것 마냥...

아버지가 비리비리한 만두는 누가 빚은거냐며 물어본다.

어머니가 내가 빚은거라며 까발렸다.

아씨... 얄미운 씨엄마... 아씨...씨엄마...아씨..씨할멈..

난 '시'소도 싫어할꼬얏...

그가 개성이 강해서 그렇다며 넙쭉 입안에 집어넣는다.

맛은 꿀맛이라했다.

어머니가 히죽 웃는다.

송송 썰은 파가 생각나서 나도 베시시 웃었다.

설거지는 내가 하겠다했다.

어머니가 극구 말리시며 과일을 깎으라한다.

큰일이다. 엄마가 어디가서 과일 깎지 말랬는데...

과일살을 다 도려냈다.

아버님께서 과일을 깎고 있는지 살을 도려 파는지 알 수 없다 한다.

"아버님.. 농약이 많아서 껍질을 두껍게 깎아야해요..헤헤..."

아버님께서 미심쩍은 눈빛으로 쳐다본다.

"아버님.. 드세요... 아..."

애교가 많다며 아버님께서 헤벌레 웃는다.

영계 좋은 건 알아 가지고...

어머니께서 얼른 시집왔으면 좋겠다하신다.

이렇게 오순도순 살면 참 좋겠다하신다.

허거걱... 같이... 오순도순...

하긴... 생활비가 안 드니 그것도 괜찮을 듯 싶다.

그러나..내심 찜찜하다... 오순도순....

어머님께서 혼수도 필요 없으니 얼른 시집오라하신다.

"어머님은 아무리 그래도 기본은 해야죠..."

"그래? 그럼.. 우리가 뼈대있는 가문이니까... 팔촌까지 예단은 기본이고 예물
은.. 어쩌고
저쩌고.."

"하하..어머님 여하일언 중천금인데.. 번복하시면 안돼지요..하하하... "

애교까지 만점이라며 좋아하신다.

구라를 가장한 내숭임을 모르시나보다..킬킬킬^^

저녁때가 돼어서야 일어났다.

저녁까지 먹고 가라며 어머님께서 붙잡는다.

다음에 온다며 집을 나왔다.

그가 고맙다한다.

부모님을 편하고 즐겁게 해주는 당신이 오늘따라 무척 사랑스러워 보인다한다.

아무래도 오늘도 뽀뽀를 할 것 같다.

아씨...이럴 줄 알았으면 가글이라도 할껄..

두 번째 뽀뽀 선물은 뭘까? 다이아 1캐럿? 야호...

도착했다.

그가 차문을 열어준다.

잘 들어가라한다.

아씨... 뭔가 허전한걸...

아무래도 고자인가보다..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다.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니....

김소월님이 생각난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으흐흐흑......"

집에 돌아오니 아직까지 동생이 기절해 있다.

동생을 침대에 냅다 던졌다.

동생이 몸서리를 친다.

벌떡 일어나더니 다시 쓰러진다.

무서븐뇬...

아무래도 오늘밤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아! 오늘은 너무나도 즐거운 하루였다.

항상 사악한 우리엄마만 보다가 교양있고 재치있는 어머님을 뵈니 딴 세상에 온
듯한 기분
이었다.

우리엄마는 언제쯤....

"야 이년아 얼른 씻고 자..."

애시당초 헛된 꿈은 꾸는 게 아니었는데..

"알았어.. 욕좀 하지마..."

"이뇬이 오늘 왜 그래? 뭐 잘못 먹었어?"

"엄마... 만두에 넣는 파는 다지는 거라며? 왜 얘기 안했어?"

"미친뇬... 헛소리하지 말고 잠이나 자.."

도대체 원만한 대화가 통하지 않는 집구석이다.

나날이 정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이 집구석을 떠날 날이 머지 않았나 보다.

기절해 있는 동생을 쳐다봤다.

에이썅.. 침까지 흘린다.

간질인가? 의심스럽다.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편안하게 자기 꿈꾸며 잘자라한다.

그럼.. 꿈에 김국진을 만나라고? 오예....

그대도 잘자라 했다.

내 꿈을 꾼다한다.

아무래도 그는 오늘밤 돼지꿈을 꾸리라...

복권 사놔야지.. 킬킬킬^^

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