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각을 했다.
김부장이 지랄이다.
지겹다... 저놈의 김부장..

"죄송합니다."

죄송할 짓을 왜 하냐며 또 지랄이다.
참을 '인'자를 떠올렸다.
똑같이 근무하고 똑같이 퇴근하는데 왜 나만 지각하냐며 야단이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참을 '인'자를 또 떠올렸다.
회식할 때 퍼먹듯이 일도 한번 해보라며 또 야단이다.
울컥 치밀어 오른다.
참을 '인'자를 또 또올렸다. 세 번이다.
주여 시험에 들게 하지마옵서서...-사이비가..-
잘난놈하고 연애만 하면 다냐고 또..또..또... 지랄이다.
참을 수 없다.
참을 '인'자...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도 안난다.

"에이씨..."

"뭐? 에이씨? 지금 말 다했어?"

"부장님이 보시기엔 제가 할말 다한 것 같습니까?"

"눈 똑바로 뜨고 쬐려보면 어쩔껀데.. 응?"

"부장님이 제가 연애한다고 퇴근을 일찍 시켜줬습니까?
데이트비용을 줬습니까?"
"지각한거랑 연애한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잘난놈이라뇨?
부장님이 보셨습니까?
그러는 부장님은 왜 그 잘난놈 못됐습니까?
네? 그러는 부장님은 일 잘합니 까?"

"어.. 이제 막나가네?"

"그럼 막 나가지 천천히 나갑니까?
그리고 회식가서 많이 먹은거가지고 쪼잔하게 그런거 아 닙니다..
소갈비나 돼지갈비나 몇푼이나 한다고... 쩔쩔매면서...
끝끝내 돼지갈비 시킨 부 장님은 뭘 그렇게 우리한테 잘하고
무슨일을 그렇게 잘하신다고 사람들앞에서 이렇게 망신 을 줍니까? 네?"

"내가 망신주거야? 그냥 잘하라 그얘기지..."

김부장은 어느새 꼬리를 내렸다.
할말은 하리라..
두주먹을 불끈 쥐었다.
진정하고 앉으라한다.
진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진정해야 한다... 짤리니까....
김부장이 말 실수했다한다.
그렇지만 나도 심했다며 서로 풀자한다.
이쯤에서 타협하기엔 내 갑빠가 너무 부끄럽다.

"부장님.. 앞으로 조심해주세요.."

알았다며 흥분 가라앉히고 일하라 한다.
갑빠도 없는 주제에...
비록 할말은 다 못했지만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고 나니 기운이 빠진다.
막내 김양을 데리고 사무실을 나왔다.
김양과 라면을 먹으러 갔다.
오늘따라 단무지가 맛있다.
단무지가 김부장인냥 '아그작 아그작' 아작내며 씹었다.
김밥도 시켰다.
나의 식성못지 않게 김양의 식성도 막강하다.
독한뇬...
어느새 나의 눈빛은 회식날 김부장의 눈빛과 비슷해진다.. 아씨.. 이게 아닌
데.. 줴길..
김양과 찜질방엘 갔다.
막내 김양은 내심 불안해한다.
괜찮다 했다.
사는게 다 그런거라 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처럼 땡땡이 치는 사람이 있어야한다 했다.
김양이 고개를 끄덕인다.
귀여운 것... 말귀도 빠르다..

'띠리리 띠띠..띠띠띠.. 띠리리 띠띠띠...?애국감미다..^^;;;;;;)

태민씨다.
아아..에헴...카~악....

"여보세요?"

뭐하고 있냐 묻는다.
일하고 있다했다.
목소리가 울린다 한다.
서류창고에 와있다 했다.
김양이 키득거린다.
김양을 아려봤다.
나의 매혹적인 눈빛에 오줌이라도 쩌린듯하다.
좇도 안되는게...^^;;;;;;
목소리가 숨이 차다한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다했다.
그가 쉬어가며 하라한다.
알아서 할테니 염려하지 말라했다.
휴....
할말이 있으니 점심때 만나자 한다.
알았다했다.
서둘러 김양과 찜질방을 나왔다.
피부가 뽀드득 뽀드득... 기분 만빵이다.
김부장을 한번 쳐다보고 사무실에 앉았다.
풀이 죽어있다.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난 인정이 너무 많아 탈이다.
언제 감자탕에 소주라도 한잔 해야겠다.
당연 술값은 김부장 몫이다. 킬킬킬^^

그가 사무실앞이라한다.
애..벨..라... 깜직한 것..
잘난놈이 기다리고 있다... 허겨걱... 이게 아닌데..
그가 점심을 먹자한다.
아씨.. 아까 김밥 세줄이나 먹었는데...줴길...
스파게티를 먹자한다.
아씨... 국수 몇가락 놔두고 포크로 돌돌 말아 먹는게 영 맘에 안든다.
할수없다...
평소 한젓가락도 안돼는 고것들을 포크에 예쁘게 돌돌말아 먹었다.
그가 흐물흐물 나를 쳐다본다.
느끼하다...
콜라를 원샷봤다.
트림이 나온다.
입을 다물고 트름을 했다.
코끝이 '찡'하다.
배가 터질 것 같다.

"어머니가 요번 휴일에 놀러오래요.." 히죽...

켁..켁....
왜그러냐 묻는다.
아씨.. 얹혔나보다.
줴길... 왜 오라 그러시는거쥐?
부담갖지 말라한다..
딸처럼 편하게 집에 드나들었으면..하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한다.
딸...딸...과연 그럴수 있을까?
알았다했다.
올인원에 니퍼에 거들까지 입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속이 답답하다.
사무실에 앉아 있어도 일이 손에 안잡힌다.
오늘은 노가리도 까기 싫다.
어머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예리한 그 눈까지... 매서운 눈빛까지...줴길..

퇴근하고 곧장 맛사지샵으로 갔다.
석고팩을 해달라 했다.
오전에 찜질방에서 땀을 뺀탓인지 맛사지발도 잘받는 것 같다.
얼굴이 양껏 작아진 것 같다.
세탁소에 들렀다.
옷을 빌렸다.
평소 세탁소아저씨와 친분을 쌓아놓은게 이럴 때 도움이 될줄이야..
아무래도 난 선견지명이 있나보다....킬킬킬^^
내일이면 그의 집에 가는날이다.
마지막으로 최종점검하는 날이다.
세탁소에서 빌린옷을 쳐다봤다.
양껏 기쁘다... 어쩜 저리 때깔도 좋은지..
잠이 안온다.
또 풀만 먹이면 어쩐다지.. 꼭 소여물같아.. 움모..밥둬.. 아씨. 이런 내가 양
껏 부끄럽다.

찌리링....
6시다...
몸이 천근만근이다.
원래 무거운 몸이 더욱더 무겁다.
딸딸이 쓰레빠를 끌고 목욕탕엘 갔다.
오늘은 한산하다.
웬 할매들이 이리도 많은쥐..
할머니들이 목욕탕으로 '묻지마' 관광이라도 온 모냥이다.
줴길.. 등밀어줄 사람 하나도 없네..
들어서자마자 할머니 한분이 나에게 눈길을 보낸다.
애써 외면했다.
분명 나의 갑빠를 보고 등을 밀어달라고 할것이 틀림 없다.
힘없는 척 살살 때를 밀었다.
살살 밀어도 겁이 날만큼 많이 나온다.
할머니가 다가온다.
후다닥..
얼른 일어나 요구르트아줌마한테 갔다.

"때밀이 아줌마 없어요?"

"새댁 나랑 밀어..."

허겨걱.... 새...댁.... 줴길 ...@. @
순간 눈이 뒤집어진다.
평소 눈이 뒤집히면 애미,애비도 못알아보는 나였건만...

"저 처년데요..."

"그랴? 미안허이..새닥 나랑 등밀어.."

에이씨.. 또 새댁이래... 할매 두고 봅시다.
할머니등을 껍딱이 벗겨지도록 밀어주리라... 다짐했건만....아씨..다짐했건
만..
할머니의 외소한 등을 보자 그럴수 없었다.
아씨.. 난 정이 너무 많아 탈이야..
할머니가 등을 밀어준다한다.
됐다했다.
기어코 밀어준다한다.
정말이다... 꼭 밀어주고 싶다했다. 나 호로쌍뇬 아니다.(이런말은 해놓고도 부
끄럽다.^^;)
간지럽다..
킬킬킬^^

"새댁 왜그래?"

아씨.. 또 새댁이래..

"할매... 저 쳐녀라니깐요..."

"그래 알았어.. 웃지마 새댁..."

아씨.. 노망났나보다...줴길...
사람들이 할매와 나를 쳐다보더니 쑥덕거린다.

'젊은여자가 어디 할짓이 없어서 할머니한테 등을 밀어달라고 해.. 말세야..쯧쯧
쯧'

아씨.. 이게 모냐? 쪽팔리게... 젠장...
큰소리로 얘기했다.

"할.머.니.이.제.됐.어.요"

"아니야 아직 멀었어..."

"할.머.니.아.까.등.밀.어.드.린.데.시.원.하.시.죠오오오오?"

"엉...그래...새댁 고마우이..."

휴.....
사람들이 눈길이 조금씩 흩어진다.
아씨..쩍..팔..려...
우유가 먹고 싶다.
지난번 설사사건이 생각난다... 참았다.
할머니가 백원짜리...대형마트에서는 20개 천원하는...백원짜리요구르트를 내미
신다.
때밀어준 댓가인가보다.
때밀이도 만원인데..
할머니와 난 소파에 앉아 요구르트똥꼬를 물고 연신 빨아댔다.
아..고것참..맛있네..
할머니가 몇살이냐 묻는다..
수줍게 얘기했다.
서른이요..

"거참 좋을때다"

하하하... 좋을때라고 한다...하하하... 좋은말인 것 같다.
할머니와 난 목욕탕을 나서며 서로 아쉬운 듯 눈물을 훔치며 헤어졌다.
언제 또 보랴... 요구루뚜궁딩이...
얼른 집에 가서 변장을 해야겠다..
봉실봉실한 후까시까정...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