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 관한 짧은 이야기

그녀와 처음 부르스를 추었을때,
그녀는 엉덩이는 뒤로 쭉 빼고 고개는 푹 숙인채
엉거주춤 움직여서 사람을 쪽 팔리게 했다.


지금, 그녀와 부르스를 추면 그녀는 두 팔로 목을
꼭 껴안은채, 숫개구리 암놈 덮치듯 쫘악 달라
붙어서는 이글 이글 타는 눈으로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 보곤해서 사람을 무안케 한다.


처음 그녀와 식사를 하게 됐을때, 메뉴는 김치찌개
였었다. 난 그날 김치찌개도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품위 있어 보인다는 걸 알았다. 얼마나 얌전히,천천히.
수저를 놀리던지.. 입은 또 얼마나 작게 앙다물고
오몰락 거리던지 말도 제대로 건넬수가 없었다.


지금 그녀는 품위 있는 수저놀림은 간데 없고 우악스런
숟가락질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순대국밥을 주문하고는..
" 아줌마!! 내장 많이 넣어주세요 ! " 말하는 그녀,
누가 뺏어 먹을까봐 빠르고 공격적인 숟가락질에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처음 그녀와 비디오 방에 갔을때, 에로 영화 코너에서
침 젤젤 흘리며 기웃거리는 나를 벌레 보듯 하던 그녀,
결국 지루한 멜로 드라마를 골라서 나를 잠들게 했지..


얼마전 갔던 비디오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자 물어본다.
" 아줌마 ! 옥보단3 나왔죠..? "


처음 그녀와 드라이브를 갔을때, 옆에서 재잘 재잘
없는 얘기 있는 얘기 잘도 떠들어 대서 사람을 즐겁게
하더니,


지금은 차에 타서 시동만 걸어도 졸기 시작한다.
두시간을 돌아다녀도 기껏 두마디 정도다.
" 어머! 내가 또 졸았나봐~~ "
" 아우~~ 좀 깨우지 그랬어..? "


처음엔 내 몸짓 눈짓 하나하나에 감격스러워하고 즐거워하고
내 말한마디에 울고 웃던 그녀 였었다.
아무리 썰렁한 이야기를 해도 깔깔 대고 오바 하며 분위기를
맞춰주던 그녀 였었다.


지금은 아무리 재미있는 얘기를 해도 눈만 껌뻑이고
유머란에 있는 얘기로 귓때기에 도배를 해주어도 하품만
하고 있다.


처음 그녀와 키스를 한것은 나의 집요한 공세 덕분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라면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 너.. 엘리베이터 에서 키스 해봤어..? "
차를 타고 가다 다리가 나오면 ..
" 너.. 다리위에서 차 세워놓고 키스 해 봤어..? "
된장찌개 먹는 중이라면 ...
" 너.. 된장 먹다가 뽀뽀 해봤어..? "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짖꿎은 나의 집요한 요구에
돌아오는 건 변태 같은 놈 이란 소리 밖에 듣지 못했다.
첨,키스를 하던때.. 그녀는 작은 새와 같았다.
고목 나무 마냥 멀쓱하게 서서는 바들 바들 떨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가끔씩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바이킹을 타고 있으면 거의 혼수 상태인 나에게 소리친다.
" 오빠~~~ 바이킹 타면서 키스 해봤어..? "
순대국밥을 먹다가도 테이블 밑으로 발을 툭툭 차며,
음흉한 눈으로 바라보고 입을 쭉 내밀고 묻는다.
" 오빠아~ 순대국 먹다가 키스 해봤어..? "
" -_- 아.. 니.. "
" 지금 해볼까..? "


처음엔 그냥 그렇게 생겼구나, 생각했던 그녀...
지금은 졸라 이쁘게만 보인다.


처음과 지금 그녀와 난, 서로 상대방 때문에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