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

발표를 마치면 조용히 자기자리로 돌아갈것이지 왜 사람은 째려보고 가는거야.
그래서 나도 째려봐 주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저야자 발표를 듣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것같지?
어서 구미호의 사악한 계략에서 벗어나야 할텐데...
발표하기 전에 먼저 굿이라도 해야할것 같다.

그래도 내가 누군가. 천하의 김영철이 그런일쯤에 기가 죽을순 없지.
차근차근 한가지씩 준비한 자료를 발표했다.
으흐흐... 드디어 구미호의 사악한 계락에 빠져서 정신 못차리던 사람들의 눈이
점점 제대로 돌아오는것을 느꼈다. 그럼 그렇지...
저여잔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다리를 꼬고 앉아서 팔장을 낀채 내 발표를 듣고있다.
자기가 나한테 밀리는것을 느낀것이 틀림없다. 조금 안된 마음이 들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승부의 냉정한 세계에선...

두팀의 발표가 모두 끝났다. 사람들이 회의실에서 빠져나가는데 그여자랑 입구에서 딱 마주쳤다. 어색해서 뭔가 한마디 해줘야 할것 같다. 수고했다고 할까?
아님 발표 잘했다고 할까...

"밀레니움 영어 스펠에서 n이 두갠데 하나 빠졌더군요."

"아녜요. 하나가 맞아요"

"그럴리가 없습니다. 두개예요"

"꽤 쓸데없는것에 집착하시는군요. 하나가 맞아요. 지적을 하시려면 제대로
알고 지적을 하시죠"

또 입에서 엉뚱한 소리가 나왔다. 아까 본 그녀의 잘못이 왜 갑자기 튀어나오는 걸까. 그래도 n은 두개다.


그여자

정말 웃기네요. 우길걸 가지고 우겨야죠. 아주 유치하게 영어 단어를 가지고 트집을잡다니요. 저사람 성격 정말 이상하네요. 자신이 진것 같으면 깨끗하게 시인을 할것이지... 저사람이랑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괴롭겠군요...

밀레니움에서 n이 두개라니... 내참...
사전을 찾아서 정확히 알려줘야 겠어요. 밀레니움... m... mi... mil... mill...
어머. 정말 n이 두개네요. millennium.
이걸 어쩌죠? 내가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요. 그런데 저사람한테 바득바득 우겨놓았는데 이걸 어쩐담...
그냥 슬쩍 가서 "당신이 맞았어요. 제가 잠깐 착각을 했네요" 이럴까요?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을까요... 천하의 신희정이가 이런 실수를 다 하다니...
아마 저사람한테 내가 잘못 알았다고 말하면 더욱 의기양양해서 저를 깔보겠죠?
그냥 가만히 있어야 겠어요. 어짜피 저사람하고 같이 일할일도 없을텐데요...

발표 결과가 벌써 나왔네요.
두팀의 우열을 가릴 수 없으니까 이번 프로젝트를 두팀 합작으로 진행하라구요?
어쩌면 이런 일이 있을까요. 두팀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니요. 당연히 제가 더정확하고 누가 보더라도 우수한 발표를 했는데요...

그러나저러나 저 영철이란 남자하고 같이 일하게 될것 같은데 어쩌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