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그 남자의 사정 #2



그 남자

힘든 월요일이 끝났다. 일과가 끝나는 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이 주섬주섬 자리를 챙기고있다. 어디 오늘은 나도 일찍 가볼까?
희정인가 무시긴가 하는 여자는 자리에 앉아서 아직 열심히 일하는 것 처럼 열심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지금 시간에 저렇게 인상을 쓰면서 화면앞에 앉아있 는건 둘중에 하나다.
일이 많아서 신경써서 일하거나, 채팅으로 하나 건질까 하는
둘 중의하나.
아무래도 저여자 건질 물고기를 찾는가 보다. 누군지 불쌍하다. 걸리면 죽음이 겠다.
자세히 보니 한 성질할것 같은 얼굴이다. 남자친구나 있나?
있다면 불쌍한 인생이다. 나한테 저런여자 트럭으로 가져다 주면 여잔 버리고 트럭만 갖는다.
갑자기 저여자가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본다. 정말 무서운 눈매다.
맞장뜨면 내가 질것같다. 또 한번 씨익 웃어줬다.
저 여자가 내 미소를 보고 나에게 마음을 품으면 어떻하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사무실을 도망쳐 나왔다. 저여자가 우리팀이 아닌게 다행이다.
불쌍한 홍보 1팀 사람들... 쯧쯧쯧...



그여자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이곳에도 적응이 되는것 같아요. 그동안 몇번의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이 있었고 또 그것을 무사히 끝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를 보는 눈도 조금 달라졌겠죠.
호호.. 뭐 이정돌 가지고들 그러시나... 이정돈 식은죽 먹기라구
요.
아직 이 신희정의 활약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놀라시면 안되죠.
어쨌던 사람들이 저를 조직의 일원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는것 같아요.
앞으론 좀더 활발하게 일할 수 있겠죠.

그런데 저 화장실자리에 영철이란 남자 정말 마음에 안드네요.
제가 화장실을 갈때마다 게슴츠레 눈을 뜨곤 바라보는게 심상치 않은걸요?
저남자 혹시 변태 아냐?
꿈은 빨리 깰 수록 좋은건데... 오르지 못할 나무를 올려다 보다 목부러지는 수가있다구요...
다른층 화장실을 쓰던가 해야지 신경쓰여서 화장실도 못가겠네요.
저남자는 별루 하는 일도 없는것 같은데 안짤리고 잘 버티네요.
하루종일 화장실 가는 여자들이나 훔쳐보는 일 말곤 하는일도 없는데...


그남자

저여자는 하루종일 화장실만 가나보다. 하루에 백번은 가겠다. 언제 시간이 있으면하루에 몇번가나 세어봐야 겠다. 혹시 몸에 무슨 이상이 있는건 아닐까?
젊은 여자가 안됐군...
입고오는 옷은 매일같이 바뀌는걸 보니 부보를 잘만난듯 싶다. 대개 저런 여자들이
시집가기 위해서 회사다닌다고 하던데...
저여자한테 잘못 걸리지 말아야 겠다. 자꾸 쳐다보다가 저여자가 딴생각 하면 어쩌나
전에도 말했지만 저런여잔 트럭으로 실어다 줘도 싫다. 정말이다.

오늘 일과가 끝나고 사무실에서 혼자 스타크래프트를 연습했다.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각종 전략과 전술을 다운받아서 피나는 훈련을 했다.
이젠 테란의 기본 빌드오더를 완성했다. 우하하. 다 뎀벼라. 나도 코넷에 아이디 하나 만들어야 겠다. 스타크래프트 황제 "초장". 듣기만 해도 가슴떨리는 소리다.
그러면 CF에도 출연하라구 그렇겠지?

저여잔 아직도 집에 안가고 뭘하나.
이시간에도 또 화장실을 간다.
가만히 보니까 저여자 걷는 모습이 업글 안된 히드라 같다. 엉덩이가 뒤뚱뒤뚱 거린다
저여자도 침 밷을까? 조심해야 겠다. 나도 빨리 쉴드 업글해야지.


그여자

무슨일을 하느라 이시간까지 남아 있는걸까요. 꽤 진지하게 화면을 쳐다보고 있네요.
안짤릴려면 열심히 해야겠죠. 다음주에 우리팀과 저쪽팀에서 제안서를 각각 만들어
잘된쪽 제안서를 채택한다고 했는데 그 제안서를 만드나 봐요.
암만 그래봐라. 이 신희정이 하는것보다 잘 만들 수 있나.
다음주면 저쪽팀에도 저의 실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되겠군요.
처음부터 너무 기를 죽이면 안되겠죠? 적당히 겁만 줘야죠... 호호호...

그런데 무슨 자료를 준비하는데 저렇게 마우스를 바쁘게 움직이는거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요... 얼굴 표정이 찡그렸다 웃었다 아주 가관이네요.
슬쩍 옆을 지나가는 척 하면서 뭘 하느라 그러는지 살펴볼까요?
에이 그만두죠. 괜히 오해받으면 그렇잖아요.

저도 제 자리에 앉아서 자료 준비나 해야 겠어요.
어머. "하늘만이 허락한" 새글이 올라왔네요.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어머어머... 형준이가 죽었어요. 불쌍해라... 이 글쓴 JustWrite라는 사람한

항의 메일이라도 보내야 겠어요.
나한테도 형준이 같은 남자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냥 따뜻한 사람... 그런사람 어디 없나요?

저 영철이란 사람은 집에 가나 보네요. 기지개를 한번 펴더니 컴퓨터를 끄고 짐을챙기는군요. 그런데 무슨 좋은일이 있나봐요. 얼굴이 마냥 웃고있네요.
자료 정리가 잘된 모양이예요. 그렇담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가만있자 아까 어디까지 했더라...


그남자

우하하.. 그러면 그렇지... 나의 빌드오더는 천하무적이 됐다. 오늘 첨으로 PC랑 대결해서 이겼다. 이제 CF에 나오는 일만 남았다. 하하하
한게임 끝내고 나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어서 집에 가야지...

어라... 저여자도 아직 집에 가지 않고 있네. 도대체 지금까지 뭘하고 있는걸까...
화면을 쳐다보는 얼굴모양으로 보아 저여자도 스타를 하고있는게 틀림없다.
분명 저여자는 저그를 하겠지? 자기와 친근할 테니까...

근데 저여잔 남자친구도 없나? 하긴 저런여자랑 누가 친하게 지내고 싶을까.
겉으로 보기엔 반반해 보여도 꼬리감춘 구미호. 나같이 사람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진남자가 아니면 꼭 홀리기 좋은타입이다.
계속 경계를 늦추지 말고 조심해야 겠다.
그여자 옆을 지나가면서 한번 씨익 훑어 보았다. 게임에 정신이 팔려서 그런지 내가 쳐다보는지도 모른다. 한수 가르쳐 줄까 하다가 그만뒀다.

다음주에 발표할 자료정리는 다 됐으니까 내일은 다시한번 훑어보면 되겠지.


그여자

저남자랑 자꾸 눈을 마주치면 안될것 같아요. 괜히 지금도 지나가면서 실실 웃으며저를 쳐다보고 가네요. 오르지 못할 나무라니깐...
언제 기회를 봐서 말을 해줘야 겠어요. 저렇게 놔두면 꿈만 자꾸만 부풀어 갈 테니까요
다른 사람의 꿈을 깨는것이 조금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꿈이 더 커지기 전에 미리미리 잘라버리는게 났겠죠.

이제 시장동향이랑, 설문자료 정리가 끝났으니까 내일은 그동안 모은 자료를 정리하기만 하면 되겠네요. 휴... 힘들다...
어머. 벌써 10시가 넘어 버렸어요. 이런때 집에 같이 갈 수 있는 남자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결혼은 싫지만 남자친구는 있었으면 좋겠어요. 호호호. 제가 생각해도 너무 여우같은생각이 들어요.
이상하게 남자들이 저에게 다가오는것을 무서워하는것 같더라구
요.
그렇다구 제가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어도 어떻게 여자가 먼저 달려갈 수 있겠어요
너무 깨끗한 물엔 물고기가 안산다는 말이 딱 맞는것 같아요.
너무 이뻐도 오히려 남자친구 하나 없다구요.
빨리 집에나 가야겠네요.


그남자

오늘 제안서 발표가 있는 날이다. 그동안 준비했던 자료를 정리하고 발표자료

만드
느라 정신없이 보냈는데 잘 될까 걱정이다.
그래도 홍보 1팀보단 낫겠지. 저쪽은 신희정이란 여자가 발표를 하는가 보다.
뭘 믿고 저런 여자한테 맏기는지 모르겠다. 대단한 강심장들인가 부다.

홍보 1팀부터 발표하기로 했다.
저 여잔 프리젠테이션을 하러온건지 옷자랑을 하러 온건지 모르겠다.
그런데 발표는 생각밖으로 깔끔하게 잘 해나갔다. 오호... 참 의외의 일이다.
아마 저여자는 말빨 하나만 믿고 우리 회사에 들어왔나 보다.
저여자 발표를 듣는 임원들의 얼굴들이 하나같이 입을 헤에 벌리고 듣고 있다.
구미호의 계략에 넘어가는 저 사람들이 불쌍하다.

우하하...
저여자 발표자료중에 잘못된것을 하나 발견했다. 그런데 아무도 모르는것 같다.
지금 손을 들고 잘못된것을 지적해 줘야 하는것이 아닐까...
그래도 지금 얘기하면 너무 충격 받을것 같아서 나중에 따로 해줘야 겠다.
그럼 그렇지...



계속....


이글을 읽고 읽노라면.. 왠지 처음 그남자를 만나던일들이
하나둘 떠오릅니다...
당신도 그 처음 기분으로 돌아가시길....
이글.. 기대해두 좋을듯 싶네요...